[에디토리얼]집, 가장 안전하면서 불안한 존재 #서도호 작가

2024-06-17

[집, 가장 안전하면서 불안한 존재]


저는 한옥을 참 좋아해요. 한국의 공간적 미학이 가장 잘 보이는 곳. 


한 공간 안에서 자연과 역사,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지붕을 받치는 두꺼운 목재 기둥과 누우면 바람이 솔솔 불 것 같은 대청, 묵직하게 버티고 있는 서까래. 이 모든 요소들이 저에게는 커다란 안도감으로 다가온답니다. 한옥의 요소들은 곧, 한국의 ‘미’를 보여줍니다. 이런 미학을 미술 작품으로 세계에 알리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한 꼭지를 담당하고 있는 서도호 작가인데요. 한옥으로 작업하는 작가, 서도호에 대해 알아볼까요?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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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에 한옥이 박힌 이 작업 보신 적 있으신가요?

서도호, 연결하는 집 Bridging Home, 2010


건물과 건물 사이에 한옥이 박힌 이 사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작품은 서도호(b.1962) 작가가 2010년 리버풀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입니다. 영국의 리버풀 시내의 아파트 사이로 성북동의 한옥이 박혀있는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끌었는데요.


서도호 작가는 왜 이런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을까요?


이미지 출처: 서도호 스튜디오


서도호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배경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한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1991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작가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에 큰 혼란을 느꼈다고 해요. 이러한 혼란이 그가 ‘집’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내 집이면서 그 어느 곳도 내 집이 아니다.”라며 “한국을 떠난 뒤 집은 내게 하나의 관심사로 존재하기 시작했고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성북동의 한옥을 주제의 ‘서도호 집 프로젝트’는 20세기 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문화에 이색적으로 박혀있는 한옥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 한 ‘이민자’의 고민과 정체성의 혼란, 안식처에 대한 외로움을 상상 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작가의 작업은 점차 '집단 속의 개인의 집'에서 '타자의 집'으로 개념이 확장되었습니다. 

서도호, 별똥별 Fallen Star, 2012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 캠퍼스에 설치한 'Fallen Star’(별똥별)' 작품입니다. 당시 엄청난 화제의 설치미술이었습니다. 

건물 옥상에 대롱대롱 매달린 '집'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회오리 바람을 타고 날아온 집처럼 보이지 않나요?


"별똥별은 외계에서 날아온 거잖아요. 어떤 문화나 시스템이 같이 왔다는 거예요. 

제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데, 영주권의 공식 타이틀이 'Resistered Alien'이에요. 

아, 나는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구나' 매번 자각했죠." 

-서도호 작가 인터뷰 中-


한옥이 한국 자체의 문화를 의미한다면, 점차 그는 여러 이민자와 타인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타인의 집'을 표현하게 된 것이죠. 




서도호 작가의 집 프로젝트는 ‘집’이라는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불안한 존재.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존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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